
11월 30일, 홍콩 전체가 슬픔에 잠겼습니다. 지난 수요일 홍콩 타이포(Tai Po) 지역의 왕푹 코트(Wang Fuk Court)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의 여파가 주말을 지나며 더욱 비극적인 수치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콩 화재 현장에서 수습된 사망자가 오늘(30일) 기준으로 무려 146명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는 1948년 이후 홍콩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화재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도대체 평화롭던 주거 단지가 왜 순식간에 불지옥으로 변했을까요? 현재까지 밝혀진 화재의 원인과 안타까운 상황을 정리해 드립니다.

"지옥이 된 아파트" 화재 확산의 진짜 원인
이번 참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닌 명백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불길이 7개 동을 순식간에 집어삼킨 데에는 치명적인 구조적 원인이 있었습니다. 전문가들과 현지 언론은 이번 화재가 그토록 빠르게 번진 이유로 '외벽 공사 자재'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죽음의 덫이 된 대나무 비계와 스티로폼
화재 당시 왕푹 코트 아파트는 외벽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홍콩 특유의 건축 방식인 '대나무 비계(Bamboo Scaffolding)'가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었고, 그 위를 초록색 그물망이 덮고 있었죠. 하지만 진짜 문제는 창문을 막고 있던 스티로폼(발포 플라스틱) 패널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이 스티로폼 패널들은 가연성 소재로, 불이 붙자마자 폭발적으로 연소하며 유독가스를 내뿜었습니다. 강한 바람을 타고 불똥이 스티로폼과 그물망을 통해 옆 동으로 튀면서, 마치 도미노처럼 7개 동이 동시에 불길에 휩싸이게 된 것입니다. 주민들은 "창밖이 온통 불바다여서 탈출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며 당시의 공포를 전했습니다.

먹통이 된 화재 경보기, "대피 방송은 없었다"
더욱 분통 터지는 사실은 화재 초기 대응 시스템의 부재입니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불이 났을 당시 아파트 내 화재 경보기가 제대로 울리지 않았습니다. 많은 주민이 이웃의 비명 소리나 타는 냄새를 맡고서야 뒤늦게 대피를 시작했습니다.
홍콩 소방 당국의 조사 결과, 해당 단지의 화재 경보 시스템은 공사 중이라는 이유 등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천 명이 거주하는 고층 아파트에서 기본적인 안전 장치조차 꺼져 있었다는 사실에 홍콩 시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11명 체포... 끝나지 않은 비극
현재 홍콩 경찰과 반부패 수사 당국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건설사 임원 등 총 11명을 체포했습니다. 혐의는 과실치사 및 부실 공사 관련 비리입니다. 수사 당국은 공사 과정에서 저가 불량 자재가 사용되었는지, 안전 규정을 고의로 무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습니다.
11월 30일 현재, 사망자는 146명으로 집계되었지만 아직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가 약 150명에 달합니다. 구조대는 불에 탄 건물 내부가 붕괴 위험이 있고 여전히 뜨거운 열기가 남아 있어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희생자 중에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출신의 가사 도우미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결론: 안전 불감증이 부른 참사
이번 11월 30일 홍콩 화재 참사는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비극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습니다. 화려한 마천루의 도시 홍콩의 이면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노후 아파트의 안전 관리와 공사 현장의 규제 강화가 얼마나 시급한지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실종자 가족들에게 기적 같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